'행복'을 주는 수레국화 Centaurea Cyanus L. - 켄타우로스 키론

2023. 5. 20. 22:03카테고리 없음

1.

우리나라에서 재배식물로 분류되는 수레국화(Centaurea cyanus L.)는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콘플라워(cornflower) 또는 꿰매지 않고 다는 단추인 미혼남(또는 독신남) 단추>로 많이 알려진 유럽 원산의 국화과(菊花科 / Asteraceae) 일년생 현화식물(顯花植物)이다.

 

수레국화 (출처; Wikipedia)

 

학명은 Centaurea cyanus L.이고 국화과(Asteraceae)에 속한다. 전형적인 수레국화의 나팔 모양 12개 설상화(舌狀花 / ray floret)는 하늘색(light blue / cyan / 청록색)이고, 그 간격이 비교적 넓다. 수레국화의 강렬한 이미지는 파란색의 설상화에서 비롯된다.

 

2023년 5월 15일 안양천의 수레국화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르면, 이명으로 Cyanus cyanus (L.) Hill(Hort. Kew. (Hill) 64 (1768)), Cyanus dentato-folius Gilib.(Fl. Lit. Inch. 1 : 191 (1782)), Centaurea lanata Roxb.(Hort. Bengal. 62 (1814))이 있으며, 국명으로 수레국화를 추천하고 센토레아(centaurea) 또는 콘플라워라고도 부른다.

de.Wikipedia에 따르면, 수레국화의 학명은 1753년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 - 1778)가 자신의 <식물종지>(植物種誌/Species Plantarum)에서 처음 부여했으며, 이명으로 Cyanus segetum Hill, Centaurea cyanocephala Velen., Centaurea pulchra DC., Centaurea segetalis Salisb., Centaurea umbrosa Huet & Reut., Centaurea cyanus L., Jacea segetum Lam., Leucacantha cyanus (L.) Nieuwl. & Lunell. 등이 더 있다.

 

2023년 5월 15일 안양천의 수레국화

 

또한 국립수목원은 영문명으로 Bluebottle을 추천하고 Garden cornflower라고도 쓸 수 있으며, 일본명은 야구루마기쿠(ヤグルマギク/矢車菊)를 추천하고 있다.

 

2023년 5월 15일 안양천의 수레국화

 

참고로 야구루마(矢車)는 1개 축의 주위에 7 ~ 8개 화살깃 모양 날개를 방사상으로 달아 바람을 받아 돌도록 만든 바람개비(風車)로 단오(端午)에 노보리사오(幟竿 / のぼりざお) 끝에 붙이기도 한다. 노보리사오는 일본에서 치죽(幟竹)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치(幟)를 달아 세우는 장대(竿)를 말한다. 구루마(車)는 수레를 이르는 말이다. 아래 야구루마 그림을 보니 과연 그 화살깃 이미지가 수레국화의 설상화를 닮은 듯이 보이기도 한다.

 
야구루마 (출처; デジタル大辞泉)
 
 

한편, 유기백과(維基百科)에 따르면, 중국어권에서는 주로 시차국(矢車菊[shǐchējú])이라고 부르며, 남부용(藍芙蓉[lánfúróng]), 차륜화(車輪花[chēlúnhuā]), 시차초(矢車草[shǐchēcǎo])라고도 부른다.

 

켄타로우스 노옹(老翁) (출처; fr. Wikipedia)

2.

수레국화의 속명(屬名) 수레국화속 Centaurea는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종족인 켄타우로스(Kentaurus)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정의로운 켄타우로스 키론(케이론 / Chiron the Centauros)에서 유래했다.

켄타우로스 키론은 히드라(Hydra; 헤라클레스에게 죽은 9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피에 적신 화살로 생긴 곪은 상처를 덮는 습포제로 수레국화 꽃을 사용했다고 전한다.

수레국화의 종소명 cyanus는 눈에 띄는 하늘색(청록색 / Cyan) 꽃으로 인해 부여받은 이름이다. 독일어권의 Zyane라는 이름도 이 하늘색 꽃에서 비롯됐다.

양봉에서 수레국화는 꿀의 높은 당 함량(34%)과 높은 당도(꽃당 최대 0.20mg/일)로 인해 가치 있는 부작물로 손꼽힌다. 일부 품종은 관상용 식물로 사용되며, 흰색과 붉은색 꽃 품종은 이미 중세부터 재배되었다.

 

수레국화 품종의 범블비 (출처; de.Wikipedia)

 

참고로 그리스 신화에서 켄타우로스 키론(케이론)은 타이탄 크로노스(Cronus)와 바다의 요정 필리라(Philyra) 사이에서 태어나 시 · 음악 · 예언 등을 주관한 태양신 아폴로(Apollo)와 그의 아내 아르테미스(Artemis)에게 교육받으며 양육되었다.

켄타우로스 키론은 그리스 동부지역 테살리아(Thessaly)의 펠리온 산(Mount Pelion) 기슭에 살면서 의학에 대한 지혜와 지식으로 유명해졌으며, 그리스 영웅 이아손(Jason), 헤라클레스(Hercules),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아킬레스(Achilles)를 포함한 많은 영웅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수레국화 품종의 범블비 (출처; de.Wikipedia)

 

2023년 5월 15일 안양천의 수레국화 한편, 수레국화가 영어권에서 콘플라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옛날에 종종 밀, 보리, 호밀 또는 귀리와 같은 곡물을 가리키는 넓은 의미의 옥수수밭(cornfiled)에서 잡초로 자랐기 때문에 붙여졌다.

하지만 요즈음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한 제초제 남용으로 구대륙의 자생 서식지가 위험에 처해 있는 반면에, 정원 관상용 식물과 종자 오염물질(seed contaminant)로 세계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 북미와 호주 일부를 포함한 다른 많은 지역에서 귀화식물이 되고 있다.

현재 수레국화속에는 수레국화와 큰수레국화(Centaurea americana / 大矢車菊)와 같은 많은 일년생 및 다년생 정원 화초가 있다.

 

2023년 5월 15일 안양천의 수레국화

3.

수레국화의 원래 원산지는 중부 유럽이 아니었다. 기원전 7,500년경 이른 석기시대부터 문화적 승계자나 동반자로 부지불식간에 지중해 동부의 여러 종자에 섞여 유럽으로 들어와 그 기후와 토양에 완전히 적응했다. 유럽에서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수레국화는 곡물 밭(grain fields)의 변함없는 동반자였다.

 

지금은 전 세계 많은 지역에 신생식물(neophyte)로 퍼져나가 귀화식물이 되고 있는데, 독일어권에서는 영어권의 콘플라워와 같은 의미의 Kornblume, 라틴어 종소명 cyanus와 같은 의미의 Zyane 등으로 부른다.

 
수레국화 (출처; de.Wikipedia)

 

중세 시대에 수레국화는 성모 마리아의 꽃으로 중요했으며, 고딕 양식의 날개 달린 제단화(altarpiece)나 기타 삽화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1800년경 수레국화는 독일에서 근본적인 의미 변화를 경험했다.

무시무시한 들판의 잡초에서 새로운 자연의 상징(naturalness)으로 변모했으며, 1810년에 요절한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Friedrich Wilhelm III, 1770 - 1840; 재위 1797 - 1840)의 아내 루이제 여왕(Königin Luise, 1776 - 1810)에 대한 신화를 창조하면서 "프로이센 꽃"(Prussian flower)으로 변모했다.

 

왼쪽부터 빌헬름 1세의 모후 루이제 여왕, 루이체 공주, 빌헬름 1세 (출처; Wikipedia)
 
 

19세기 수레국화 숭배의 결정적인 원동력은 루이제 여왕의 아들이자 후에 카이저가 된 빌헬름 1세(Wilhelm I, 1797 - 1888; 재위 1861 - 1888)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프러시안 블루 수레국화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선언한 것이다.

빌헬름 1세가 프러시안 블루 수레국화를 좋아하는 것은 부케와 화환으로 아버지 빌헬름 1세의 서재를 장식한 딸 루이제(Luise von Preußen, 1838 - 1923)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왼쪽부터 수레국화, 슈토이베 퍼레이드 로고 (출처; de.Wikipedia)

 

미국에서 수레국화는 독일계 미국인들이 그들의 뿌리를 기억하기를 원하는 연례 슈토이벤 퍼레이드(Steuben Parade)의 공식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슈토이벤(Friedrich Wilhelm Ludolf Gerhard Augustin von Steuben, 1730 - 1794)은 프러시아의 장군으로 미국 독립전쟁 때 육군 소장으로서 독립군에 가담했다. 스웨덴에서 수레국화는 19세기 후반 참정권 운동의 상징이자 오늘날 자유당의 상징이다.

 
수레국화 (출처; de.Wikipedia)

 

한편, 수레국화는 열매로 월동(越冬) 한 후 봄에 발아해 같은 해 가을에 열매를 맺은 후 최종적으로 죽거나, 가을에 발아해 어린 식물로 월동한 후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죽는다. 화관(花冠 / corollas)은 안토시아니딘(anthocyanidin)과 매우 민감한 시아니딘(cyanidin)에서 파란색을 얻는다.

후자의 염료는 빨간색이지만 철-마그네슘-칼슘 복합체로 인해 파란색으로 나타난다.꽃잎은 자외선 밑에서 형광을 발하므로 멀리서도 눈에 질 띈다. 파란 수레국화는 1968년부터 에스토니아 국화(國花)이며, 에스토니아의 풍요로운 음식과 의복을 상징한다. 2012년 3월 24일 창당한 에스토니아 보수 인민당(Eesti Konservatiivne Rahvaerakond, EKRE)의 상징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 보수인민당 로고 (출처; de.Wikipedia)

 

2019년 3월 3일 치러진 에스토니아 총선에서 EKRE는 에스토니아 개혁당(Eesti Reformierakond) 34석, 에스토니아 중앙당(Eesti Keskerakond, EK) 26석에 이은 19석을 차지했다. 에스토니아 의회 의석 수는 모두 101석이다. 1918년 설립된 핀란드의 보수 정당 국민연합당(Kansallinen Kokoomus)의 상징도 파란 수레국화이다.

 

 

프랑스에서 '블루에 드 프랑스'(Bleuet de France), 즉 '프랑스의 수레국화'는 참전용사, 전쟁 희생자, 과부 및 고아에 대한 기억과 연대의 상징이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11월 11일과 5월 8일 수레국화를 판매하고, 그 판매 수익으로 그들을 돕는 사회사업을 전개한다.

 

2013년 11월 프랑스의 수레국화

 

유럽전승기념일인 5월 8일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하는 프랑스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은 파란색 수레국화 배지를 착용한다. 2018년 프랑스 중앙은행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1918년) 100주년을 맞아 2유로 기념주화 <프랑스의 수레국화, 기억과 연대의 꽃 1918 - 2018>(Le Bleuet de France, fleur de mémoire et de solidarité 1918 - 2018)을 발행했다.

 
이 기념주화 앞면 중앙의 도안 소재가 참전용사, 전쟁 희생자, 과부 및 고아에 대한 기억과 연대를 상징하는 프랑스 수레국화 로고이다.

 

2018년 프랑스 중앙은행이 발행한 채색 바이메탈 2유로 기념주화 <프랑스의 수레국화, 기억과 연대의 꽃 1918 - 2018>  (출처; Numista)
 

앞면 조각사는 Joaquin Jimenez(1956년생), 뒷면 조각사는 Luc Luycx(1958년생)이며, 제조 및 발행자는 프랑스 파리조폐국(Monnaie de Paris)이다. 안쪽 코어는 구리 75%, 아연 20%, 니켈 5%의 합금인 양백이고 바깥 고리는 구리 75% 니켈 25%의 백동이며, 무게는 8.5g, 직경은 25.75mm, 두께는 2.2mm다.


2018년 프랑스 중앙은행이 발행한 바이메탈 2유로 기념주화 <프랑스의 수레국화, 기억과 연대의 꽃 1918 - 2018> (출처; UCOIN)

 

수레국화의 꽃말은 섬세함(délicatesse)과 수줍음(timidité)을 상징하며 "순수하거나 순진하거나 섬세한 모든 감정의 메신저"(messager de tous les sentiments purs, naïfs ou délicats)가 될 것이다. 수레국화는 양귀비(poppy)와 마찬가지로 양 대전 동안 매일 전쟁터를 뒤덮는 수천 발의 포탄으로 뒤집힌 땅에서도 잘 자랐다. 이 꽃들은 생명이 계속되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이자 진흙탕 참호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유색 쪽지(note colorée)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사용어 "수레국화"(Bleuets)는 슈망데담(Chemin des Dames) 전장에 갓 도착한 1897년생 17살짜리 앳된 병사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용어는 고참 용사들의 바래고 닳은 군복과 신병들의 새 군복이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에 전쟁 내내 계속 사용됐다. 수레국화의 인기는 매우 높아 엽서, 포스터, 노래 및 시를 통한 선전에 그 이미지를 사용할 정도였다. 수레국화는 미국, 영국, 호주, 홍콩에서 전몰장병 애도 활동에 사용되는 양귀비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4.

수레국화 꽃은 여름에서 가을까지 피지만 온실에서 가꾼 것은 봄에도 핀다. 밖을 향한 꽃잎 배열을 보면 마치 화살깃을 동그랗게 꽂아놓은 수레바퀴처럼 보이기에 시차화(矢車花), 시차국(矢車菊), 수레국화라고 불린다.

널리 알려진 꽃말은 '행복, 섬세, 유쾌'다. 늘씬하고 곧게 뻗은 꽃대 끝에 피는 청색 꽃이 고상하다. 여름정원에 군락을 이뤄도 좋고 새로 난 길가의 사면녹화로도 흔히 재배된다.

 

2023년 5월 15일 안양천 수레국화
 

순천만국가정원에 따르면, 수레국화 꽃말은 “너무 적극적이어서 실연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 열중할 수 있는 이성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포스팅은 2023년 5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포스팅되었다.